[옮긴이의 글]과 [감수자의 글]

옮긴이의 글

 

전 세계 과학도들이 매년 3월 14일에 갖는 파이데이(π-Day) 행사가 올해는 조금 남다를 것 같다. 이 날은 아인슈타인의 생일(1879.3.14)이기도 하지만, 지난해 세상을 떠난 스티븐 호킹의 기일(2018.3.14)이기 때문이다. 원주율을 의미하는 3.14가 두 천재 과학자의 생일이자 기일이라는 것도 공교롭지만, 우주 탐구에 평생을 바쳤던 두 사람 모두 76세를 일기로 하늘의 별이 되었다는 사실은 일부러 만들려고 해도 어려운, 기막힌 우연이 아닐 수 없다.

과학자가 아이들의 장래 희망 1순위였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 뉴턴과 아인슈타인, 에디슨과 마리 퀴리는 호기심 많은 소년 소녀들에게 과학자의 꿈을 갖게 한 영웅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영향력 있게 아이들 가슴 속의 롤모델로 새겨진 이를 들라면 단연 아인슈타인을 꼽을 수 있다. 1915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면서 예측했던 중력파의 실체가 100년만에 라이고(LIGO,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 연구진에 의해 입증되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중력파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역시 아인슈타인!’이라는 찬사가 쏟아졌고, 그는 ‘불세출의 천재 과학자’라는 부동의 자리를 굳히게 된다. 그 덕분에 라이고의 연구 결과는 21세기 최고의 물리학적 성과라는 말을 들으며, 2017년 노벨물리학상을 받게 된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미국 벨연구소 아서 애슈킨 박사가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던 지난해 10월이었다. 아무리 백세시대라지만 96세 노벨상 수상자라니… 놀라움과 존경심에 고개를 젓던 그날, 출판사로부터 번역 의뢰가 들어왔다. 백세시대에 오학년은 참으로 애매한 나이다. 아래위로 끼인 중년의 삶이란 허무와 황당, 혼돈과 침묵이 수시로 교차하는 터, 요즘 내 삶도 해석이 안되는 마당에 남의 책 번역이라니, 처음엔 좀 망설였었다. 그러나 온라인 서점을 통해 받아본 1948년 판 『우주와 아인슈타인 박사』는 뒷골목 헌책방에서 귀한 고서 한 권을 발견했을 때와 비슷한 묘한 감흥을 주었다. 유난히 낡고 바랜 겉장 위로 빛을 타고 꽂히는 먼지기둥은 1948년, 40세의 저자가 70세 노과학자에게 원고를 내밀며 추천사를 부탁하던, 아인슈타인의 서재를 비추는 마법의 조명 같았다.

아인슈타인이 노년에 몸담고 있던 뉴저지주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근처에는 천재 과학자와 그의 이론에 심취한 저널리스트 한 명이 있었으니, 바로 이 책의 저자 링컨 바넷이다. 프린스턴대와 컬럼비아대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뉴욕 헤럴드 트리뷴」 기자를 거쳐 「라이프」 잡지 편집자로 일하던 그는 일본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이듬해인 1946년, 「라이프」를 떠나 전업 작가로 활동을 시작한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통일장이론에 깊은 관심을 가지면서 그 이론을 알기 쉬운 교양서로 펴내기 위해 몇 년의 시간과 노력을 기울인다. 과학책의 대중화라는 저자의 의도와 아인슈타인이 추천사를 통해 극찬한 점, 현대 물리학사와 우주론의 변천사를 쉽게 설명해준 과학 교양서의 고전이라는 점은 이 책의 번역 가치를 충분히 대변해주었다.

이 책은 뉴턴과 갈릴레오 시대를 이어 우주의 실체 탐구에 나선 물리학 이론들을 망라한 현대 물리학 해설서이다. 자연계의 본질을 밝히기 위한 기나긴 여정 속에서, 생장·진화·발전을 거듭한 수많은 법칙과 이론들이 과학의 최종 목표로 가는 길 위의 이정표처럼 소개돼 있다.

그 이론들은 결국 상대성이론(거시세계)과 양자론(미시세계), 그리고 둘 사이의 다리를 놓는 ‘통일장이론’이라는 아인슈타인의 큰 그림을 향해 바톤을 이어받으며 달려온 마라톤 주자들과 같다. 저자는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아인슈타인이 밝힌 시간과 공간, 물질과 에너지, 질량과 빛과 속도, 중력과 관성 등 자연계의 비밀을 복잡한 수식이 아닌, 일상의 쉬운 예화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아인슈타인의 인식론적 우주관과 종교관까지도 엿볼 수 있어 ‘상대성이론은 단순한 자연법칙이 아니라 인식의 변혁을 가져오는 사고체계’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옮긴이는 1957년 최종 개정판의 무삭제 버전으로 도버출판사가 2005년에 재출간한 The Universe and Dr. Einstein을 토대로 1948년 초판과 비교해가며 번역했다. 개정판이라도 크게 달라진 내용은 없었다. 초판이 아인슈타인 생존 시 발행됐기 때문에 사후에 그에 관한 언급이 조금 달라졌으며, ‘중간자힘’의 개념이 추가됐고, 몇 개의 예화가 첨삭됐을 뿐이다. 원서는 1장부터 15장까지 장의 구분만 있을 뿐, 장별 제목도 없는 단순 통편집된 책이다. 이를 번역하면서 편집부와 함께 각 장의 제목과 중간제목, 발문과 찾아보기를 추가해 가독성을 높이고 독자의 편의를 도모했다.

조건 없이 번역을 허락해준 저자의 장남, 티머시 바넷에게 감사를 표하며, 의미 파악이 애매할 때마다 달려갔던 옆집 샌드라 시몬 변호사에게 감사를 전한다. 수식 표현과 관련해 조언을 주시고, 다양한 질문에도 매번 친절히 답해주신 UC버클리 수학과 신석우 교수님과 물리 학자인 스탠퍼드대 영상의학과 박승민 연구원께 감사드린다. 또한 상세한 기술 강의는 물론, 기꺼이 감수를 맡아준 박병현 박사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이번 작업을 위해 애를 많이 쓴 글봄의 박세영 대표와 신동헌 디자이너에게도 큰 사의를 표하고 싶다. 끝으로, 엄마라는 소중한 이름을 갖게 해준 우리 아이들과, 날마다 삶의 의미를 불어넣어 주시는 예수님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린다.

송혜영은 IT 전문기자를 거쳐 국내 인터넷 상용화 초기에 「월간 인터넷」 편집장을 역임했다. 1997년 미국에 건너가 「월간 인터넷」, 「마이크로소프트웨어」, 「PC Week」의 실리콘밸리 특파원과 「동아일보」 실리콘밸리 통신원으로 활동했다. 샌프란시스코 「Weekly Hyundae News」의 편집장을 거쳐 현재 프리랜서 편집·기획자와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감수자의 글

이미 발견된 자연법칙들이 일상생활에 유용하게 응용되고 있지만, 그것의 기초가 되는 이론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줄어든다. 과학 문명의 진보 뒤에는 자연 현상의 근본 원리를 찾기 위한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있었고, 그 결과를 바로 얻지 못해도 끊임없이 전진하는 소수의 사람이 항상 있어왔다.

이 책은 그들 중 한 사람으로서 아인슈타인이 어떻게 우주와 자연 현상의 원리 탐구에 임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아주 작은 원자에서 광대한 우주에 이르기까지 이들을 지배하는 원리를 수학적 공식이 아닌 일상생활의 현상을 통해 잘 설명하고 있다. 특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닌 우리의 일상생활과 관련이 있는 현상들을 지배하는 원리임을 누구나 알 수 있게 설명해준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태양계에는 경험으로 알 수 있는 무수히 많은 물리적 현상들이 존재한다. 지구의 수많은 생명체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존재하듯이 태양과 지구가 조화를 이루고, 우주의 수많은 별 또한 어떤 원리에 지배를 받으며 조화를 이룬다. 이 책은 우주의 질서와 자연의 조화를 볼 수 있도록 관점을 넓혀주며, 태양의 핵융합과 같은 물리적 현상뿐 아니라 생명체의 활동도 인간의 궁극적인 탐구 영역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탐구자인 인간 자신도 결국 자연의 일부로 어떤 원리의 지배 하에 활동하는 하나의 실체임을 알게 해준다. 박병현

박병현은 미국 UC버클리에서 핵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실리콘밸리 IT 기업에서 이사로 재직중이며 아내, 두 자녀와 함께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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